환갑 넘은 역사 속 쌓인 지역사회의 높은 호감도
귀공주 노트·가족유무념으로 이어지는 인성교육
미래·인성·체육… 다재다능한 세계시민으로 육성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교직원 신발장마다 꽂힌 예쁜 종이꽃이 출근하는 선생님들을 맞이한다. 체험활동에서 만든 꽃을 선생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시험 기간이라 교무실에 들어갈 수 없는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의 신발장을 꽃으로 장식했다. 송미선 원광여자중학교장은 이 장면을 “아이들과 선생님이, 또 선생님이 아이들과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고 지내는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남다른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높은 호감도, 따듯한 미래교육의 현장 원광여자중학교(이하 원광여중)를 찾았다.
가정과 학교를 잇는 인성교육
송 교장은 가장 먼저 ‘인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고 말하는 송 교장과 교직원들에게서 자부심이 전해진다. 원광여중은 원창학원 산하 교립학교들이 아침마다 작성하는 ‘귀공자·귀공주 노트’와 인성교육 실천 체험수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를 월마다 다면평가에 참고한다.
학교는 귀공주 노트와 인성교육 실천수기를 평가해 ‘바른생활 실천상’, ‘인성상’, 변화가 많은 학급에 주는 상 등 다양한 시상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인성교육은 가정으로도 이어진다. 바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유무념 실천표’다. 권법안 인성부장은 “유무념표 소감 칸에 적힌 부모님들의 반응에 감동이 크다”며 한 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서로 ‘사랑한다 말하기’로 정한 그 가족은 실천하는 걸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나중에는 엄마 아빠가 서로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게 됐다. 권 인성부장은 “학교 밖 생활에서도 일관성 있게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역사회가 인정한 ‘좋은 학교’
60여 년의 역사와 인성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혁신교육을 진행하는 원광여중은 지역사회에서도 높은 호감도를 얻고 있다. 이는 인터뷰에 참석한 학생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부모님이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만족한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이 원광여중을 우선순위에 꼽기도 했고, 부모님도 원광여중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해서 진학했다”는 것이다.
이런 호감도의 배경에 대해 송 교장은 “학부모님들이 프로그램과 선생님들 칭찬을 많이 한다”며 “친절함과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게 지역사회의 평가”라고 부연했다.
매년 사회적·제도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교육현장이지만, 앞선 선진들의 헌신과 현직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값있는 성과라는 게 교직원들이 생각하는 비결이다. 송 교장 역시 원광여중에 부임하며 ‘기본에 충실한 학교, 공정하고 정의로운 학교’를 그렸다. 또 가장 중요한 ‘안전’에 유념하면서 학생들이 심리적·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자 노력 중이다.
숨과 쉼이 있는 따듯한 학교
이어 최근에는 경사스러운 소식도 전해졌다. 전라북도 초등·중학교를 대상으로 총 66개 학교를 선정하는 2024년도 전북미래학교에 원광여중이 선정된 것이다. 미래학교는 기초·기본학력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을 세계시민으로 길러내는 학교를 말한다. 송 교장은 “생태전환 교육, 디지털 교육, 에듀테크 등 미래의 교육과정에는 근간에 스며드는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학생 때부터 단계별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기틀을 다져두면 고등학교나 진로 부분에서 아이들이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교 역시 ‘숨과 쉼이 있는 따듯한 공간’을 주제로 미래교육 실현을 준비 중이다. 스마트칠판, 개인 노트북, 지능형·가변형 융합공간, 교직원 학습공동체 등을 꾸려 아이들을 일찍부터 미래역량을 갖춘 세계시민으로 키워내려는 것이다. 또 체육활동을 적극 권장함으로써 학생들을 건강하고 밝은 인재로 키우는 데 주력한다. 코로나19 교차 등교 기간에는 교내 넷볼리그를 시작해 등교한 반끼리 경기를 펼쳐 활동에 목마른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특히 농구와 줄넘기로는 전국대회에 출전해 건전한 경쟁과 승부를 배우는 교육현장으로 삼았다.
교직원이 함께 나서는 교화
이경서 교무는 “원광여자중학교의 교화 활동은 ‘교육과 교화가 일원화된 현장’”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교무 혼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화 활동을 펼치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 속 ‘인성교육’에 해당하는 것을 교직원과 교무가 함께 한다. 학교가 전반적으로 원불교적 가르침을 ‘함께’ 전하는 것이다.
현재 원광여중 법회에는 150여 명이 출석하고 있고, 학기말 법회개근상은 100여 명 이상이 받는다. 강채은 학생(법명 주은, 3학년)은 “집 앞에 교당이 있는 것도 몰랐는데, 학교에서 귀공주 노트를 쓰고 법회를 보면서 이제는 교당까지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며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화의 효과를 전했다.
이 교무는 “교도 교사들이 교직원 교화에 열심히 합력해주는 부분도 있다”며 자체 창립한 한소리 교직원 중창단도 소개했다.
원광여자중학교는 ‘교직원과 학부모가 한마음 한뜻으로 가족처럼 아이들을 잘 길러내는 학교’라는 가풍을 확립했다. 즐겁게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 원광여중에서는 지금 이 순간, 미래를 이끌 세계시민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