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에서 천지 보은 실천운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에 학교에서도 보은회(원창학원 원불교 동아리)를 중심으로 탄소 중립을 실천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탄소 중립으로 분리수거를 하거나 급식의 일부에서 육류를 뺀 식단을 먹는 채식의 날이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고, 보은회 활동에는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도 점심마다 동아리 활동으로 이뤄진다. 최근 학교에서 ‘교실 숲 가꾸기’라고 해서 교실에 개인 화분을 가꾸는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귀찮은 것도 아니고 평소에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처음 탄소 중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탄소 중립이 뭔지 몰라도 내 것을 줄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 나를 탄소 중립에 발을 들이게 만든 것은 보은회에서 점심마다 진행하는 플로깅이다. 점심에 보은회 친구들과 같이 10분에서 15분 정도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점심 봉사를 하면 봉사 시간도 채워지고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학교 한 바퀴 돌면 금방 끝나기 때문에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소화하는 겸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로도 탄소중립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 지금은 ‘굳이 주워야 할까?’ 했던 쓰레기들을 줍게 된다. 옛날에는 그저 손을 뻗어 줍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데 왜 힘들었을까 싶다.
내 발 밑에
쓰레기 줍는 것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뿌듯함.
솔직히 지금은 길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데 아무도 줍지 않고 지나가는 상황이 불편해서라도 쓰레기를 줍게 된다. 그리고 요즘 길을 지나거나, 또는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쓰레기가 보여서 주우면 옆에 친구들이 “봉사하는 거야?”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그 친구도 쓰레기를 줍게 만들까를 고민하게 된다.
분명 나도 처음에는 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어떤 계기로 습관처럼 하게 된 것이니, 누구나 편하게 쓰레기를 줍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교실 숲 가꾸기를 하는 것도 되게 좋은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탄소 중립이라고 하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줄여서 지구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물이 없을 때 화분에 물을 챙겨줌으로써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감사하고 지칠 때 화분을 보고 있으면 눈이 편해지는 느낌도 받는다.
탄소 중립이라는 거창한 이름이지만 시작은 내 발 밑에 있는 쓰레기 줍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일로 내가 지구를 지킬 수도 있다는 것에 뿌듯한 것도 같다. 나처럼 학생이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처럼 부담 없이 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지금은 학교에서 시작한 보은운동으로 몇몇 친구들과 하고 있지만, 환경 보호에 대한 필요를 모두가 느끼고 함께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다른 또래 친구들도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줍는 생활, 부담 없이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는 생활을 함께 해봤으면 좋겠다.
/원광중 3학년 보은회 부회장
[2023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