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학림’ 중등부로 시작… 70여 년간 쌓아 올린 저력
‘배움이 실천으로’ 한걸음 캠프·자원회수로봇·교실숲 등
학교교당·교구·학생들이 한마음으로 펼치는 교화대작전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이곳에서는 ‘남자학교는 칙칙할 것’이라는 생각이 보기 좋게 빗나간다.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진 교정과 복도를 걸어가니 학생들이 달려와 “교무님, 안녕하세요!” 하며 씩씩하게 인사를 한다. 호칭도 제대로 알고,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모습은 전해 들은 대로 ‘원광중 아이들은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을 따라 중앙총부 공회당에 심어진 ‘유일학림’이라는 씨앗. 그 씨앗은 어느새 7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원광중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 교육의 거목으로 자랐다.
교육의 시작은 공간부터
박소현 원광중학교장은 먼저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박 교장은 “기존의 철문 구조와 하얀색의 페인트로 인해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아이들의 정서를 감안해 문과 창틀을 교체했고, 복도의 색도 모두 다른 색으로 칠했다”고 설명했다. 또 농구장과 인조잔디구장을 설치했고, 실내체육관(수덕관, 성무관, 유도관)도 세 개나 운영 중이다. 혈기 왕성한 남학생들을 위한 공간에 ‘진심’이다.
이런 환경개선의 배경에는 박 교장의 교육철학이 있다. 그는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예체능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에너지 발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되고, 거기서 인성교육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원광중학교는 교육 공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교실현대화사업’을 통해 과목 특성에 맞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과학실의 경우 3D 프린터와 드론·코딩 수업까지 진행할 수 있을 정도다.
머리로 알고 몸으로 배운다
이런 공간 구성 덕분일까. 원광중학교는 매년 과학고등학교와 영재고등학교 진학생을 다수 배출한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직접 코딩한 것을 운영해보고, 설계도를 짜고, 3D 프린터로 제작해보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이에 대해 박 교장은 “이론적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한다. 환경교육도 같은 맥락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의 설명대로 원광중학교는 탄소중립실천학교로 환경교육에도 앞장선다. 교직원들이 학습 공동체를 조성, 교과에서 환경을 연결시켜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실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환경교사들의 요청도 빗발친다. 이 밖에도 원광중학교는 새만금의 수라 갯벌을 순례하는 ‘한걸음 캠프’,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 설치, 생태교육환경 조성의 ‘NH교실숲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광중학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효과는 지역사회에 퍼져 ‘과학계열로 진학하기 좋은 학교’, ‘형제가 많이 다니는 학교’라는 평판까지 얻었다.
사랑과 헌신 속에 자라는 인성
교립학교로서 ‘인성교육’은 특히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박 교장은 “원창학원에서 진행하는 ‘귀공자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교육과정에 인성을 녹여내 나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아이들로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박 교장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인성교육에 앞장서는 교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존의 교수법을 과감히 내려놓고, 스스로 학습공동체를 조성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의 활동에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 박 교장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학교교당 교무의 수업과 심심풀이 수업·동아리(보은회) 활동 등 다방면으로 학생들의 인성에 접근해 올바른 미래인재로 자랄 수 있게 한다. 조명도 원광중학교교당 교무는 “인간관계 속 가장 기본, 기초적 기반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 원광중학교 인성교육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교구랑 학생이랑, 다같이 다함께
원광중학교 학교교당에서 펼쳐지는 교화 활동에는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하나는 원불교 중앙교구와의 협업이고, 둘은 학생들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조 교무는 ‘교립학교 교화시스템 구축’을 위해 중앙교구 교무들과 협업관계를 조성했다. 매주 목요일 학교교당 법회시간에 중앙교구 소속 부교무들을 초청, 지역 교당 교무와 아이들을 연결하는 직접교화의 장을 연 것이다.
직접교화에 더해 원불교 동아리 보은회 회원들의 활동과 언행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간접교화의 효과도 높인다. 조 교무는 “보은회원들은 교화의 핵심”이라며 “보은회원들은 모범적 행실을 유지해야 하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채식의 날’ 홍보, 교내 다양한 활동의 중심에 늘 앞장선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주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보은회 학생은 모범적이다.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조 교무는 “3년간 보은회 활동을 한 학생들은 든든한 지도자로 성장한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원광중학교는 70여 년의 역사 속에 쌓아올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한다. 스위스에서 개발돼 전 세계 159개국 5,725개교에서 운영 중인 국제교육체계 IB 미래교육-MYP과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신개벽의 도량에서 비롯된 유일학림, 원광중학교는 새로운 교육개벽에 나선다.
[2023년 12월 13일자]